휴가철에 국내 여행을 포기한 직장인들, 그 이유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이번 휴가철에 국내 여행을 가려다 결국 포기하고 집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애초에는 항공권과 숙박비까지 1인당 최소 100만원 이상 드는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워 국내 여행을 고려했으나, 국내 여행지 물가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접었다고 합니다.
그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비 지출도 부담이고, 내릴 줄 알았던 전세 대출 금리마저 그대로"라며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최대한 절약하고 다음 휴가철을 기약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로 인해 여름휴가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전월(2.9%)보다 둔화되었지만, 누적된 고물가로 인해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모(48)씨는 다가올 휴가 기간에 집에 머물며 운동도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아이들 교육비가 대폭 늘어나 예전처럼 호텔에 머물며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학원을 빠지는 것도 신경 쓰여 여행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수기까지 기다렸다가 주말에 짧게 가족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합니다.
유명 관광지의 높은 물가
세종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요즘 유명 관광지에서는 괜찮은 식사를 하려면 한 끼에 2만∼3만원은 거뜬히 나가고, 네 식구가 2박3일만 보내고 와도 예산이 10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며 "돈을 아껴서 겨울 휴가 때 동남아처럼 물가가 낮은 나라에 여행가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 계획한 여행 일정을 변경하거나 예산을 줄여 경비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가 항공사의 선택
직장인 안모(28)씨는 "올여름 친구들과 몽골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당초 계획이었던 국적기 대신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자고 친구들을 설득하는 중"이라며 "왕복 푯값만 20만원 넘게 차이가 나는데, 요즘 물가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여름휴가 비용에 대한 인식 변화
데이터 컨설팅 전문업체 피앰아이가 이달 전국 20∼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비용으로 얼마를 예상하느냐'고 묻자 "1인당 20만∼40만원"이라는 응답이 22.1%로 가장 많았습니다.
작년 같은 조사에서는 "1인당 40만∼60만원"이라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작년에 비해 낮은 예산을 염두에 두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휴가 계획을 변경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다음 휴가철을 기대하며 절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